금오산 백운암에 올라  

울창한 병풍처럼 둘러싸인 소나무 능선 자락
백운암 대웅전  

그곳에 기다란 수염의 용두머리가 보이고
그 옆에 크지도 적지도 않은 마애석 보살상
연꽃 모양의 석 분수대에 한 가닥 졸졸 솟아오르는 샘 물줄기

손 씻으며 뒤돌아 먼 산 전경을 바라본다
그곳이 적토마 등처럼 하늘과 맞닿은 넓게 펴진 봉오리와 저 멀리굽이굽이 흰 구름에 가려 아련히 펼쳐진 능선 자락
내남 보문 평야보다 골짜기들이 예기 속 모습으로 아름답다 못해 그리워지네

나는 길 모퉁이 따라 우연히 표지판에 글귀를 보게 되었다
서산대사의 시였다
한번 읽어 보자



  바람이라오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배웠다 주눅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