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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에세이 중에서

관리자 | 2012.01.18 20:41 | 조회 3506
확실히 미친 똥개녀석은 괴짜다  

- 친구 강욱중 에세이 중에서 -

어린 시절의 일이다. 겁쟁이는 눈이 크다고 할까, 소눈까리 같이 생긴 한 녀석이 “후후후...”하면서 한참 말을 더듬고 있던 동안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바로 주인에게  “훌찌(논갈이하는 기구) 좀 빌려주시오” 라고 했다. 주인은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시오” 하면서 그 사람에게 먼저 빌려주었다.

눈만 부릅뜬 녀석은  훌찌를 빌리러 갔다가 말을 한참 더듬는 동안에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오히려 답답하기로는 당사자 보다 주인 쪽이다. 주인은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눈만 크게 뜨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숨통이 막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가 더듬지 않고 제대로 표현 할 수 있는 것은 고개를 상하로 끄덕이며 “예” 라고 하거나 아니면 좌우로 흔들며 “아니오” 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만큼 말을 많이 더듬는 괴짜가 바로 박후동이란 인간이다. 그가 왜 괴짜인고 하니 어린 시절부터 소설가가 되겠다고 장편 소설(개구리 연인들 등)을 쓰지 않나, 여러 가지 발명품(적상기.요통압박방지구 등)을 그려대며 사람들을 웃기지 않나 그래서인지 직계(부모.본인자식)에게 화 한번 내지 않고 매한대 맞거나 때린적 없는 그가 동내 사람들에게 놀림감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몰매 맞는 일도 허다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왕따인 샘이다.

그런 그가 나이 27살에 말은 청산유수와 같이 부하를 지휘하며 호령하는 예비군 중대장직을 한다니...믿어지지가 않았다. .또한 결혼을 하더니 별안간 서예 학원을 차린 것이다. 오직 그 잠재력은 옛말에 “남자는 산을 옮길 수 있는 힘을 가졌는데 그것은 두 여자의 힘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 첫 번째 여자는 무한한 잠재력을 길러주신 어머니요. 두 번째 여자는 그것을 현실로 옮기는 부인이라고 한다. 그는 거기에다 어릴 적에 외조부님으로 부터 서예를 배워 작가로서 두각을 일찌감치 나타낸 것이다. 그의 아호는 동계인데 흔히 하는 말로 똥개라고 하는데 동계와 똥개는 발음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미친 똥개라고 표현해야 겠다. 그것은 보통 사람으로는 수긍이 가지 않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검소하고, 일촌광음(짧은 시간)이라도 아껴 쓰는지를 알아보면은 한 예로 어느 날 그는 식당에서 식사 주문을 하고는 곧장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왜냐하면은 평생에 잠 잘 시간이 지금이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잠시 후 주인이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와서 보니 손님이 보이지 않자 찾아보니 의자 밑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황당한 주인이 그를 깨우자 괴짜 녀석 하는 말이 “잠 한숨 푹 잘 잤다”라고 했다. 주인은 벼락불에 콩 뽂아 먹는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단 몇 분만에 잠 한숨 잘 잤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더 과관인 것은 식후 음식을 혀로 핥다 먹었는지 마치 설 것이 한 것처럼 깨끗이 먹어치운 것이다. 주인은 농담 삼아 물어 보았다. “아저씨 다른 그릇들은 깨끗이 비웠으면서 왜 간장 그릇은 못 비웠어요?”라고 하니  “그렇찮아도 아까워서 다 먹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너무 짜서...그만...”라고 하는 것이다. 괴짜인 또한 예는 십 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 했거늘 십년이 훨씬 지났어도 365일 매년 서실에 틀어 박혀 작품활동을 했다니...인간이 아니고 괴짜다. 또한 모름지기 예술가란 사람들로부터 국전 작가로 인정받기 위해 남들은 꾸준히 출품하는데, 그는 철저하고 치밀한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상장 많이 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작품을 많이 전시하여 사람들로부터 진정한 평가를 받는 것이 더 값진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작가의 생명은 상장 종이 한 장보다, 그 사람의 훌륭한 작품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전도 열었지만 이번에는 아예 상설 미술관을 펼쳐 놓은 것이다. 나도 그의 생각에 동감하기에 가슴에 와 닫는 그 무엇을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그의 본적은 경주이나 현주소가 없다. 즉 정처 없는 괴짜라고 할까?... 주머니를 모두 털어 봐도 십원 짜리 혹은 백원 짜리 동전이 전 재산이다 그런 처지에도 ‘한마음 클럽 산악회’를 결성하여 생활정보지에 회비 무료라는 광고를 낸 것이다. 장난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 없으나 얘기를 들어보니 볼만한 곳은 거의 다 가봤다나.... 그리고 산행이 뭐가 그리도 좋은지 즐겁고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경주 제일교회정문에서 병풍(8폭,성구)을 전시하면서 한 신자가 “이거 얼마요?."하고 물으니 ”돈은 무슨...그냥 드리죠“라고 했다. 그리고 ‘가훈을 무료로 써 드립니다.’라고 광고를 냈더니 벌써 써준 가훈도 500장이 넘는 다는 것이다. 종이 살 돈도 없는 주제에 그는 확실한 또라이(바보)이다. 그는 요즈음 토?일요일이 되면 보문  호반장에 가서 관광객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린다. 그 괴짜의 비법은 연필이나 파스텔 혹은 유화는 수정이 되는데 물에 흠뻑 젖힌 화선지 위에 먹으로 그린 것은 수정이 불가능하며 또 종이가 체 마르기 전에 단번에 채색을 해야 붓 자욱 없이 솜처럼 부드럽게 밝게 힘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있던 것들 없애고 없던 것을 그려 넣어 굳은  표정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것이 초상화라 한다. 그래서 그의 자화상을 보니 사진에 비하여 입체적이고  강한 표현력이 느껴진다.

그리고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그의 사생활인데 하루 일과에 수면 시간이 거의 없다 보니  혈변이 있을 때가 있다. 나는 당장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라고 해도 기껏 한다는 말이 “이 나이 되어도 감기 약  한번 먹어 본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 하며 고집을 부린다.

나는 여기서 말하고 싶다. 그 괴짜가 더 이상 괴짜가 아니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굶주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좀더 여유 있는 혼자만의 작품활동의 즐거움이 되도록 유도하고 싶다.  스스로 서고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말이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소중한 친구이기에.......          

   1986년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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